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된장 한 스푼으로 냄새 없이 담근 간장게장

by 요리미 2025. 11. 6.

된장 한 스푼을 곁들여 냄새 없이 담근 간장게장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음식이에요. 짭조름한 간장 속에 게살이 스며들면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집니다. 하지만 직접 담가본 사람이라면 냄새 때문에 한 번쯤 포기해 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싱싱한 게를 써도 숙성 중에 냉장고 안이 비릿한 냄새로 가득 차고, 밥상에 올리기도 전에 손이 가지 않죠. 차라리 사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러다 된장 한 스푼이 냄새를 바꾼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로 시도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비린내가 거의 사라지고 간장의 향이 구수하게 변했어요. 그 뒤로는 제철 게가 나오면 직접 담그는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비린내의 원인과 된장의 역할

간장게장의 냄새는 단순히 게의 신선도 문제만은 아닙니다. 게를 잡은 뒤 시간이 지나면 단백질이 분해되며 ‘트리메틸아민’이라는 성분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비린내의 주범이에요. 여기에 간장 속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천천히 분해되면 발효 냄새가 섞입니다. 냉장 보관 중에도 이 반응은 계속 진행돼서 냄새가 퍼지죠. 단순히 여러 번 씻거나 소주를 부어도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된장은 발효식품이라 미생물이 만들어낸 아미노산과 젖산이 냄새 입자와 결합해 중화 반응을 일으킵니다. 쉽게 말하면 냄새를 덮는 게 아니라 흡수해 없애는 거예요. 또한 된장 속 효소가 게살 단백질을 안정화시켜 비린 향이 올라오는 걸 억제합니다. 그래서 된장 한 스푼만 넣어도 간장의 짠 향이 부드러워지고, 게살의 냄새가 확실히 줄어요. 실제로 넣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향의 톤이 완전히 다릅니다. 구수하고 묵직한 향이 올라오고, 비린내 대신 은은한 감칠맛이 남아요.

냄새를 바꾸는 담금 비율과 과정

게를 손질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물기 제거예요. 냉동 게를 사용할 땐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하고, 해동이 끝나면 키친타월로 꼼꼼히 닦아냅니다. 표면이 약간 마른 상태에서 간장을 부어야 냄새가 배지 않아요. 간장은 진간장 3컵, 물 2컵, 설탕 2큰술, 맛술 3큰술, 마늘과 생강, 대파 뿌리, 통후추 약간을 기본으로 합니다. 여기에 된장 한 스푼을 물 한 스푼과 섞어 체에 걸러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습니다.

간장을 끓일 때 초반엔 된장 냄새가 진하지만, 식히면 부드럽고 구수한 향만 남아요. 거품은 수저로 걷어내세요. 그 속에는 잡내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찌꺼기가 섞여 있습니다. 끓인 간장은 반드시 완전히 식힌 후 게에 부어야 합니다. 뜨거운 상태에서 붓게 되면 게살이 익어버리고 냄새가 오히려 심해집니다. 차갑게 식힌 간장을 부은 뒤 냉장실에서 숙성시키면 하루 만에 향이 달라지고, 이틀째에는 게살이 투명하게 변해요.

3일 숙성 후 간장을 따라내 다시 끓여 식힌 뒤 한 번 더 붓습니다. 이렇게 하면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풍미가 깊어집니다. 숙성이 끝난 뒤 밥 위에 얹어보면 차이가 확실합니다. 예전엔 냄새가 먼저 느껴졌다면, 이번엔 된장 덕분에 구수한 향이 부드럽게 퍼집니다. 짠맛보다 감칠맛이 살아 있고, 간장의 염도도 둥글게 느껴져요.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만든 간장게장은 냄새가 안 난다고 말합니다.

된장은 발효식품이라 방부 효과도 있습니다.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이상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간장의 맛이 더 깊어집니다. 간장을 재사용할 때는 한 번 끓여서 식힌 뒤 새 게에 부으면 됩니다. 두세 번 정도까지 무리 없이 쓸 수 있고, 남은 간장은 달걀장이나 두부조림에도 활용해 보세요. 냄새는 없고 구수한 감칠맛이 남습니다.

향으로 완성되는 간장게장의 맛

된장은 냄새를 단순히 없애는 게 아니라 ‘좋은 냄새로 바꿔주는 재료’ 예요. 저는 간장을 끓일 때 대파 뿌리, 생강, 통후추를 함께 넣습니다. 대파 뿌리는 잡내를 흡수하고, 생강은 간장의 짠맛을 정리하며, 후추는 향을 깊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된장과 생강의 조합은 냄새를 없애는 데 탁월해요. 그 덕분에 냄새 대신 구수한 향이 남습니다.

처음에는 된장 양을 몰라 실패한 적이 있어요. 너무 많이 넣으면 간장이 탁해지고 된장 맛이 강해집니다. 간장 3컵 기준으로 된장 한 스푼이 가장 적당합니다. 또 한 번은 간장을 끓인 후 식히지 않고 바로 부었다가 게살이 익어버린 적도 있어요. 이때는 냄새가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요리는 결국 순서와 비율의 과학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간장게장은 냄새를 없애려 하기보다 향으로 완성하는 음식이에요. 비린내를 억지로 없애려 하면 실패하지만, 좋은 향으로 덮으면 완전히 다른 요리가 됩니다. 된장은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재료입니다. 게살의 단맛을 살리고 간장의 짠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죠.

요리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번의 실패와 시도 끝에 얻은 작은 차이가 결국 비결이 되죠. 저에게는 그게 된장 한 스푼이었습니다. 냄새 때문에 간장게장을 멀리했던 분들이라면 이번엔 꼭 해보세요. 냄새는 사라지고, 맛은 더 깊어질 거예요.

된장 한 스푼으로 냄새 없이 담근 간장게장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경험이 만든 결과물이에요. 냄새 걱정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