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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살균 안 하면 음식에서 냄새 나는 이유

by 맑은산책 2025. 8. 25.

주방에서 가장 많이 쓰는 도구 중에서 도마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고기를 손질할 때도 쓰이고, 채소를 자를 때도 필요하며, 과일을 썰 때도 반드시 거쳐 가는 도구이지요. 그런데 이 도마를 제대로 살균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음식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는데도 잡내가 난다면 도마 관리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예전에는 단순히 재료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도마에 남은 흔적이 원인이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도마에서 냄새가 나는 가장 큰 원인은 미세한 칼집 속에 남아 있는 단백질과 수분입니다. 겉보기에 깨끗해 보여도 눈에 보이지 않는 틈새에 고기나 생선의 잔여물이 남으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게 됩니다. 세균이 번식하면서 단백질을 분해할 때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발생하고, 그 성분이 음식으로 옮겨가면서 맛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특히 여름철처럼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는 세균이 몇 시간 만에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하면 냄새 문제가 훨씬 두드러집니다.

도마에 남는 기름기 또한 냄새의 주범이 됩니다. 고기나 생선을 손질한 뒤 남은 기름은 물로 쉽게 제거되지 않고 도마 표면에 얇게 달라붙어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름은 산패하고, 이 과정에서 냄새가 발생해 도마 자체에 배어버립니다. 이 상태에서 아무리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썰어도 재료 고유의 향이 아니라 기름 냄새가 함께 묻어 나오게 됩니다. 예전에 삼겹살을 손질한 도마를 대충 씻고 사과를 썰었을 때 고기 냄새가 함께 나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도마의 재질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무 도마는 흡수성이 높아 수분과 냄새가 잘 배어들고, 플라스틱 도마는 칼집이 깊어지면서 그 틈 사이로 세균이 숨어들기 쉽습니다. 유리 도마는 비교적 위생적이지만 칼날이 쉽게 상하고 미끄러워서 사용하기 불편합니다. 결국 어떤 재질이든 살균과 건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음식 냄새가 도마를 통해 쉽게 옮겨 가게 됩니다.

도마를 올바르게 관리하려면 사용 직후 곧바로 세척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미지근한 물에 세제를 풀어 꼼꼼히 문질러 세척한 뒤 뜨거운 물을 부어 살균 효과를 높이면 좋습니다. 이후에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반드시 완전히 건조해야 합니다. 젖은 상태로 두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해 냄새가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햇볕에 말리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자외선이 살균 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냄새를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주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초와 소금, 베이킹소다 역시 좋은 살균 도구가 됩니다. 식초를 분사해 몇 분간 두었다가 헹궈내면 세균 억제에 효과적이며, 굵은소금을 뿌려 문지른 뒤 헹구면 칼집 속에 숨어 있는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닦아내는 방법도 냄새 제거에 탁월합니다. 조금 더 확실한 살균이 필요하다면 희석한 락스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이 경우에는 반드시 깨끗이 헹군 뒤 완전히 건조해야 안전합니다. 최근에는 자외선과 열풍을 이용한 전용 도마 살균기를 사용하는 집도 늘고 있는데, 이런 기기를 활용하면 관리가 훨씬 간편해지고 위생적으로도 안심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살균이 끝난다고 생각하거나, 세제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기름기와 단백질 찌꺼기는 세제 없이는 잘 제거되지 않습니다. 또 도마를 눕혀 놓은 채 말리는 습관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통풍이 되지 않으면 겉만 마른 것처럼 보여도 속은 습기가 남아 세균이 오히려 번식하기 쉽습니다. 세워 두거나 전용 걸이에 걸어 두는 방식이 훨씬 위생적입니다.

 

도마를 나눠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기용, 생선용, 채소용 도마를 따로 두면 교차 오염을 막을 수 있고 음식 냄새도 훨씬 줄어듭니다. 도마를 여러 개 두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위생과 맛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깨끗이 관리해도 시간이 지나면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플라스틱 도마는 보통 1년, 나무 도마는 2년 정도가 권장 사용 기간이며, 칼집이 깊거나 색이 변하고 냄새가 계속 남는다면 더 빨리 바꾸는 것이 안전합니다.

도마 살균은 단순히 주방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요리의 맛과 냄새를 지키는 기본입니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좋은 재료를 사용해도 음식에서 잡내가 배어나고 가족 모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도마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습관만으로도 같은 재료가 훨씬 맛있게 느껴집니다. 저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 뒤로는 가족이 예전보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다고 말해줄 때가 많아 뿌듯했습니다. 작은 습관이지만 요리의 완성도를 크게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