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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청국장 한 그릇으로 여름 입맛 살리기

by 맑은산책 2025. 8. 18.

 

여름이면 보통 시원한 음식을 먼저 찾게 되지만, 더위 속에서 입맛이 뚝 떨어질 때는 구수한 청국장 한 그릇이 의외로 잘 맞습니다. 저는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때면 가끔 갓 만든 청국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진한 향이 퍼지는 그 순간, 바쁜 일정 중에도 이걸 끓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의 요리가 끓인 직후가 맛있지만, 청국장은 끓인 직후보다 하루 정도 숙성시켜 먹을 때 맛이 훨씬 깊어집니다. 재료들이 서로의 향과 간을 충분히 흡수하면서 국물은 부드러워지고, 건더기는 한결 맛이 고르게 배어 맛이 더 올라갑니다.

 

 

끓이기 전에 먼저 육수를 준비합니다. 큰 냄비에 물을 넉넉하게 붓고 멸치, 다시마, 두툼하게 썬 무를 넣어 중불에서 끓입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먼저 건져내어 떫은맛이 우러나지 않도록 하고, 멸치는 5~10분 더 끓여 깊이를 더합니다. 무는 국물의 시원한 맛을 책임지니 그대로 두었다가 나중에 건져내도 됩니다. 이렇게 우려낸 육수는 청국장을 풀기에 적합한 맑고 깊은 맛의 베이스가 됩니다. 청국장은 체에 올려놓고 국물을 조금씩 부어 풀면 알갱이가 고르게 섞여 국물이 깔끔해집니다. 이때 불은 반드시 약불을 유지하여 향이 날아가지 않게 해 주세요.

청국장이 풀어지면 채소와 버섯을 넣어 향과 식감을 살립니다. 반달 모양으로 썬 애호박과 표고, 느타리버섯이 잘 어울리지만, 기호에 따라 새송이를 넣어도 좋습니다. 버섯은 국물 맛을 한층 깊게 하고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두부는 큼직하게 썰어 마지막에 넣어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불을 끄기 직전에 송송 썬 파와 고추를 넣어 향을 살립니다. 매운맛을 줄이고 싶다면 청양고추 대신 풋고추를 쓰면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청국장 맛을 완성하는 비밀 재료 중 하나는 바로 들깨가루입니다. 청국장에 들깨가루? 생소할 수 있지만 들깨가루는 청국장의 비린 향을 잡아주고 고소함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호에 맞춰 1~2큰술을 나눠 넣어 농도를 조절하는데, 너무 일찍 넣으면 국물이 탁해질 수 있으니 청국장이 충분히 풀어진 뒤 넣는 것이 좋습니다. 들깨 특유의 부드러운 고소함은 국물 맛을 한층 부드럽게 만듭니다.

 

완성된 청국장은 한 김 식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합니다. 숙성하는 동안 재료들이 서로의 맛을 충분히 흡수해 다음 날 먹을 때는 처음보다 훨씬 부드럽고 진하게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뜨겁게 먹기보다 밥 위에 살짝 식혀 부어 먹으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숙성 과정에서 간이 더 배어들기 때문에 처음 간을 맞출 때는 약간 싱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곁들임 반찬도 중요한데, 아삭하고 시원한 오이무침, 새콤한 가지무침, 얼음을 띄운 열무물김치는 청국장의 구수함을 살려줍니다. 저는 가끔 삶은 옥수수 알갱이나 감자를 넣어 변화를 주는데, 옥수수의 단맛과 감자의 포근한 식감이 국물과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줍니다. 이렇게 재료를 응용하면 같은 청국장이라도 매번 새로운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간을 맞출 때는 처음부터 소금을 많이 넣지 말고 마지막에 조절합니다. 청국장은 자체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으니 들깨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맛을 본 후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최소한만 간을 합니다. 재가열 시 짠맛이 더 강해질 수 있어 약간 싱겁다고 느낄 때 멈추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보관은 소분해 냉장 보관하면 3~4일간 무난하게 먹을 수 있어요. 데울 때는 약불에서 천천히 끓여 향과 맛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면 간편하지만, 냄비에 은근히 데우는 편이 풍미가 살아납니다. 냉동 보관도 가능하지만, 해동 후 질감이 변할 수 있어 가급적 냉장 상태에서 먹는 것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청국장은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발효 과정에서 유익균이 생성돼 장 건강과 소화에 도움을 줍니다. 더운 날 속이 더부룩할 때는 고춧가루 양을 줄이고 들깨 비율을 높이면 자극 없이 부드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좋고, 저녁에는 밥과 간단한 나물무침만 곁들여도 든든합니다. 저는 평일 퇴근 후를 대비해 주말에 청국장을 끓여 숙성시킨 후 2~3회분으로 나누어 냉장 보관합니다. 이렇게 하면 바쁜 날에도 전자레인지나 약불로 데워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하루 숙성 덕분에 맛이 한층 깊어져 매번 새롭게 먹는 기분이 듭니다.